무발화인 자폐 아동이 감기를 앓고 있는 중 고열상태에서 잠꼬대로 말을 하더라는 이야기를 부모로부터 처음 들었을 때 저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단 한번도 살아가면서 말한 적이 없던 무발화 자폐아동이 갑자기 문장으로 말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아이는 열이 내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는 여느 때와 똑같이 심하게 감각추구를 하는 본래의 무발화 상태 자폐아동의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당시는 매우 특별하고 희귀한 사건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산이었습니다. 이후 이처럼 무발화의 자폐 아동이 고열상태에서 말하기 시작한 상당수의 아이를 경험하였습니다. 심지어 잠꼬대도 아니고 비록 고열로 힘들어했지만 각성된 상태에서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도 매우 좋아진 상태를 보였습니다. 발열의 시기에 발화능력 개선 이외에도 다양한 개선을 이야기하는 부모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특이한 것이 아니라 자폐스펙트럼 아동 에게는 아주 일반적인 보여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다수의 논문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07년 커렌 연구논문에서는 부모 중 80%가 발열의 시기에 자폐증세의 호전을 보고하였습니다. 호전내용은 감각적인 과민성의 감소, 과잉 행동의 감소, 상동행동이 감소, 언어능력의 개선이었습니다. (Behaviors associated with fever in children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s, 2007 , Laura K Curran)
2014년 짐머만의 연구논문에 의하면 발열이 본격화하기 전에도 호전되는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있었고 이 아이들은 감기후에도 호전증세가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Sulforaphane treatment of autism spectrum disorder (ASD), 2014, Andrew W. Zimmerman)
2012년 허버트 박사는 저서에서 발열로 증세가 변하는 것을 보면 자폐는 고정불변의 뇌병증이 아니라 변화 가능한 뇌병증으로 감기의 발열은 자폐증세를 호전시키는 효과가 분명해 보인다라고 하였습니다. (The Autism Revolution: Whole-Body Strategies for Making Life All It Can Be by Dr. Martha Herbert)
이제 부모님들은 다음 질문에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심각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감기로 열이 나면 아이가 조금 힘들어도 자폐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자연호전을 시도할 것인가 아니면 아이가 힘들어하니 그냥 해열제를 빨리 쓰고 자폐를 호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릴 것인가?
분명한 것은 해열제에는 감기치료 효과가 없습니다.
그냥 열만 내릴뿐…..
참고 https://hms.harvard.edu/news/cracking-fever-autism-myst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