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배우고 인식하는 능력은 생물학적 요인, 부모 및 또래와의 상호 작용, 인지발달, 문화적 맥락의 영향을 받는 통합적이고 역동적인 과정입니다. 즉 신경생물학적, 인지적, 감각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발달과정에서 여러 단계와 경험을 통해 습득되는 것입니다.
신생아는 기본적인 감정을 가지고 태어나며 이는 고통이나 불편함을 느낄 때 울거나, 만족감을 느낄 때 미소를 짓는 등의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감각의 통합 발달과정에 따라 타인의 얼굴을 보고 사회적 미소를 짓거나 좀더 세분화된 감정표현 (기쁨, 슬픔, 공포, 놀람) 등의 감정을 표현하게 되고 동시에 부모나 양육자의 도움을 받아 감정을 조절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유아기를 지나면서 풍부한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는 자신을 인식하고 수치심, 당황, 질투 등의 감정을 느끼며 그에 따른 타인에 대한 감정도 인식하게 됩니다. 언어가 발달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면서 더 복잡한 감정을 경험하고 역할에 따른 다양한 감정과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 전반적인 감정의 발달 과정입니다.
감정이 분화되고 조절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애착, 유대감 그리고 사회적 참조, 모델링 입니다. 안전한 애착관계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탐색하고 이해하기 시작하며 부모, 형제자매, 또래의 감정 표현과 반응을 관찰하고 모방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참조와 피드백으로 아이들은 더 많은 감정을 알아가고 분화해 갑니다.
그런데 자폐 아동은 왜 감정이해가 어렵고 표현도 잘 못하는 것일까요? 물론 신경생물학적 요인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폐증이 있는 개인들은 감정 처리와 관련된 뇌 영역에 일반사람들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감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인식되고 해석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뇌의 비정형 연결성의 문제는 감정 정보를 통합하는 데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호작용의 결여에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신경생물학적 어려움이 있다하더라도 풍부한 상호작용을 경험한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감정 표현이나 이해의 폭이 넓을 수 있습니다. 감정을 알고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열쇠는 상호작용을 늘리고 풍부하게 하는 것입니다.
상호작용을 통한 실제 상황에서의 경험은 맥락을 이해할 수 있고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는 감정의 실제 느낌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공감, 협력, 타협 등의 사회적 기술이 발달될 수 있습니다. 단지 실제 상황에서 발생할 경우 자폐아동에게 혼란을 주거나 불안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정에서 가장 애착이 강한 부모나 형제와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반면 감정 카드 같은 것을 사용한다면 아마 실제 상황이 아니므로 자폐아동에게는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감정 카드를 통해 배우는 감정은 실제 상황에서의 경험이 아니므로 감정의 깊이와 복잡성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며 대인 관계나 실제 사회적 상황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막상 실제 상황에 닥칠 때 감정을 자신에게 적용하고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