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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치료에 성공한 준이 vs 자폐치료에 실패한 또 다른 준이 사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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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또 한명의 아이가 자폐를 벗어났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모 대학병원에서 검사 결과, 준이에게 ‘자폐 우려가 없다’는 최종판정을 받았고, 그 결과지를 어머님께 전달받았다.
작는 9월, 생후 28개월 경의 준이를 처음 만났다.

모 대학병원 검사에서 사회성숙도 검사 87점, CARS 검사 29점으로 눈맞춤, 호명이 거의 되지않고 의미있는 발화자체가 없는 무발화 상태의 아동이었다. CARS 점수가 29점이라지만 아이의 자폐성향이 뚜렷하여 상호작용이 거의 전무하였기에 아이가 자폐라는 것을 어머님은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어렵고 힘든 식이요법도 잘 견디며 치료를 했지만, 준이는 첫 2~3개월은 다른 아이들에 비하여 치료반응이 떨어져서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고강도 당질제한 다이어트를 추가하면서 상태가 급격하게 호전되었고, 치료 5개월째에는 자폐성향을 거의 벗어났고, 언어 또한 활발하게 발달하여 치료에 성공했다고 자체 평가된 아이였다.

준이의 부모님은 객관적인 평가를 원해 다시 대학병원을 찾아 검사를 진행하였고, 사회성숙도 검사 97.5점, CARS 검사 16점으로 자기연령에 맞는 발달상태로 평가되었다. 또한 ‘자폐나 발달지연의 위험성이 없으므로 추적검사가 필요치 않다.’는 최종 판정을 받았다.

2020년 9월 24일 초진 진료, 최근검사는 2021년 4월 26일로, 약 7개월만에 이루어진 변화이다.

#2.

준이의 변화와 같은 치료 사례는 이제 우리 진료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치료를 통하여 급격한 호전을 이루게 된다. 단, 초기에 급격한 호전을 거쳤을지라도 모든 아이들이 자폐를 벗어나 정상범주로 회복에 이르는 치료성공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 중에서는, 현격한 호전을 거치지만 끝내 자폐 문턱까지는 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그 중 치료성적이 월등히 좋은데도, 식이요법에서 나태해지며 좌절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반면 30개월 미만의 아이들은 대부분 치료에 성공해 정상범주로 회복되고 있다.
준이와 같이 짧은 기간에 무발화가 극복되고 정상범주로 회복되는 케이스는 매우 많이 접하고 있다.

자폐를 극복한 아동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기분은 잠시다.
좋아진 준이를 접하고 나서 바로 떠오르는 아이들은, 치료에 실패한 또 다른 준이들이다.

#3.

오늘 치료에 성공한 준이를 2년전 쯤 만났다면 치료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인 알러지 식이요법에는 호전반응이 약했기 때문이다. 당질제한을 고강도로 진행하면서 급격한 호전반응이 있었다.

내가 치료에 체계적인 식이요법을 결합한 것은 불과 2년여 밖에 되지 않는다. 그전에는 한약을 이용한 면역요법과 비타민 미네랄을 이용한 영양요법만으로 아이들을 치료했다. 물론 이 방법만으로도 아이들의 눈맞춤과 상호작용이 증가했다. 그러나 종국적으로 치료의 성공률은 지금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알러지 식이요법에 이어 고강도당질제한 다이어트, 케톤식이요법에 이르기까지.
현재는 체계적인 관리를 도입하며 알러지 검사, 유기산검사를 통해 도중에 치료에 실패하는 비율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오늘같은 날이면 호전은 되었지만 정상범주로까지는 이르지 못한 또 다른 준이들이 생각난다. 마음이 무거워 진다. ‘지금 정도 수준의 치료를 적용했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더 많이 좋아질 수 있었을텐데..’ 하는 회한이 밀려든다.
누구의 잘못이라 할 수 없다. 아이들이나 부모의 잘못은 아니다. 자책은 하지만 내 잘못이라 할 수도 없다. 자폐는 절대 고치지 못하는 병이라 여겨지고 있기에, 현재의 치료법은 누군가 가르쳐준 치료법이 아니다. 한방치료의 유효성과 기능의학치료의 유효성을 결합하여 새롭게 발전된 프로토콜을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의 한계와 어려움이 있을 뿐이다.

자폐 치료율이 매우 높아진 지금도, 여전히 치료에 반응이 없는 중증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을 위해 나는 더욱 발전된 치료법을 적용하려 강박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루의 시간 대부분을 발달장애 아이들을 생각하며 보내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치료율이 높아져 갈 것이다.

‘준’ 이라는 글자로 이름이 끝나는 아이들이 참 많다.
치료에 성공한 준이들, 그리고 치료에 실패한 준이들, 그리고 아직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준이도 있다.

알러지 식단에 실패하고, 고강도 당질제한도 실패해 5개월째 증세가 꼼짝도 않던 30개월 준이가 있다. 5개월간 미동도 하지 않던 또 다른 준이는 부모의 결심으로 케톤식이요법을 결합해 고강도 치료를 진행하자, 이제서야 호전반응의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름도, 나이도 비슷하지만 각자의 특성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져야 한다.
아이들마다의 다른 치료법을 찾고, 그 치료법을 완성시키고자 노력해가는 과정이 바로 나의 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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