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동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종종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감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언어 능력을 잃고 무표정한 얼굴로 허공만 바라보는 아이들, 감각 추구 행동만 반복하며 세상과 단절된 듯한 모습은 마치 ‘희망이 사라진 절벽’을 마주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무런 반응도 없고 요구 표현도 없으니, 치료자로서 절망감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눈동자 속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간단한 지시를 이해하고, 소리를 따라 반응하려는 미세한 흔적들 속에서 저는 늘 의문을 품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세상 속에 갇혀 있는 걸까?”
그러던 어느 날부터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항생요법이 치료에 결합되면서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멍하던 표정이 사라지고, 아이들이 엄마를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눈빛이 깨어나고, 입술이 움직이며, 처음으로 ‘소통’의 불씨가 피어올랐습니다.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숲속의 공주처럼, 그들은 조용히 세상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말을 시작한 아이들이 단어가 아니라 문장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글자를 알고, 덧셈과 곱셈을 알고, 기억을 이어가며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아이들은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었구나.’
단지 표현하지 못했을 뿐, 듣고 보고 느끼며 계속 학습해 온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본 것은 겉모습일 뿐, 그 안에서는 인지가 계속 살아 있었습니다.
자폐라는 감옥 속에 갇혀 표현할 수 없었던 영혼들, 그들은 늘 깨어 있었습니다.
그제야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우리가 ‘무반응’이라 부르던 그 상태는 사실 “표현의 봉인”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신체와 신경의 연결이 막혀 표현이 차단된 상태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과 단절된 듯 보였지만, 결코 멈춰 있지 않았습니다. 더 깊은 깨달음은 죄책감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다 듣고, 다 알고 있었을 텐데…” 그 앞에서 ‘장애’, ‘바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던 우리 어른들, 무력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큰 상처였을까요.
아이들은 분명 속으로 외쳤을 것입니다. “그게 아니야, 나 여기 있어!” 하지만 아무도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마음속에서 이런 문장이 맴돌았습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이 아이들에게는 가해자였구나.”
자폐라는 이름 아래 잠들어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 깨어나며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가 아니라, 다만 표현할 수 없던 존재였다.” 그 깨달음 앞에서 저는 겸허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치유의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게 만드는 ‘깨어남의 스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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