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발달장애 아이들을 치료해 오면서 한동안 회의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폐를 치료하는게 맞는 것인지. ’하는 보다 근본적인 철학적 의문과 회의가 있었습니다.
제가 보는 세상과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이 보는 세상, 이 두 세상 중 과연 무엇이 진실에 가까울까요?
제 생각에 정답은 자폐 아동들이 보는 세상입니다.
자폐아동은 사람과 사물을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여 보는데요,
사람이라하여 더 중요시하여 보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을 마치 실사로 찍어 내듯 사진처럼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통의 인간은 현실을 조작합니다.
사람을 위주로 하여 정보를 가공합니다.
그리하여야 사회적인 소통이 가능하니까요.
어쩌면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이 보는 세상이 보다 순수하고, 훨씬 진실된 세상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치료라는 의미로 오히려 거짓세상을 보게 하는 것은 아닌지?’하는 의문은 지금도 있습니다.
자폐증 치료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특출한 재능이 소거 또는 약화되어 갑니다.
시각추구가 많은 아동들은 단순간에 사물을 통째로 세밀히 스캔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책도 스캔하여 통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문서습득력을 고도화하면 이후 문서를 다루는데 매우 탁월한 능력을 보입니다.
또 어떤 아동들은 세말한 사물의 특성을 캐취하고 재현하는 능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후에 뛰어난 변호사, 또는 미술가나 사진작가, 촬영감독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섬세한 소리의 구분 능력을 발달시켜서 음악가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또 숫자에 집착하거나 시각적으로 패턴인식을 강화시키는등 수학적으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치료과정을 거치며 이런 아이들의 재능들이 점차 약화되어 갑니다.
감각추구가 줄어들면서 재능도 줄어가고,
사람에 친화력이 증가하면서 사물에 대한 탐색능력도 평범해져 갑니다.아이들만의 특출난 재능이 약화되는 거이죠.
자폐아이들만이 볼수 있던 진실된 세상을 보는 능력이 점점 퇴화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내는 치료를 그럼에도 해야 할 것인가?’라는 의문, 회의에 저는 답을 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정상이고, 아이들이 비정상이라서 치료를 해야한다는 허접한 논리는 답이 안됩니다.
우리는 조금씩 특별한 사람들이고, 각자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신경다양성 측면에서 생각하면 더욱 답이 안됩니다.
오랜 고민 끝에 저는 치료에 대한 간단하고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첫 번째는 ‘사랑을 주고 받는 능력을 갖추게 한다’는 것입니다.
가족과 사랑하는 마음을 주고 받는 행복감을 경험할수 있게 하는 능력을 회복시키는데 치료의 목적이 있습니다.
자폐 아동들은 사회적인 소통능력이 부족해서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친구와 함께 즐겁게 놀고 싶다는 욕구도 잘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감정이 없는 아이로 오해를 받거나 심한 고립감을 참아가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치료를 한다는 것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족, 친구들과 사랑과 행복감 등을 공유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두 번째 답은 아이들의 타고난 재능이 제대로 꽃피울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입니다.
특출한 아이들의 재능이 때로는 장애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회성 발달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그 재능 자체로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특출난 재능이 어쩌면 인류를 위하여 하늘이 준 선물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소통이 안된다는 이유로 이 아이들의 재능이 사장되어가는 안타까운 현실이 개선되어지길 바랍니다.
인간은 행복하게 소통하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는 존재입니다.
아이들은 단지 자신의 마음을 부모들에게 전하는 능력이 부족할 뿐임으로
아이의 문제점을 절대 과장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문제만 해결된다면 아이의 다른 특성들은 아무 문제도 안 될 것입니다.
